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정부·여당 안팎에서 부상하고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 “크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주도 하에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요즘처럼 국내외적으로 어지럽고 혼선을 겪는 때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먼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김정은이 군사적 조치까지 취하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 대응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운을 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모든 국민이 환호하고 기대하고 전세계가 박수쳤는데 표면적으로는 가히 역사적이다”라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역대정부와 다를 바가 없게 됐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에) 상호존중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너무 일방적으로 북한 입장 이해하려 옹호하려 하면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여러가지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북한이 국면이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인식 하에서 비핵화 추종을 위한 방향을 긴 호흡으로 다시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께서 전문가 원로들을 초청해서 말씀 나누시는 걸 보고 참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개 보면 그 초청된 사람들이 틀림없이 똑같다. 어떻게 전문가 원로들을 불러서 의견을 듣는다 하실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로 그룹을 의식하듯 “(비핵화는) 특히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때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며 “이건 민족 문제가 아니다. 북이 핵을 개발해 불가분하게 얽혀있지만 국제규범 속에서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더불어 반 전 총장은 “이런 관점(민족 문제라는 관점)에서 종전을 재촉하고 그러는데 사실 종전선언에 북한이 움직일 일도,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선언돼도 모든 걸 무시하는 북한의 태도를 비춰보면 큰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에) 크게 매달릴 필요 없다”며 “아직도 첨예하게 대치하고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때 아니겠나. 그런데 일부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 거론하는 데 대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