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마지막 100m 3위···'번개 세레머니'는 여전했다

2017-08-06     김성용 기자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의 마지막 100m 기록은 9초95였다.

볼트는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저스틴 게이틀린(9초92), 크리스티안 콜먼(이상 미국·9초94)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부문 세계 최고 기록(9초58) 보유자인 볼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인만큼 모두가 볼트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볼트는 이날 결승에서 다소 늦은 스타트로 출발했다. 50m 이후 속도를 올렸지만 게이틀린과 콜먼을 끝내 앞지르지 못했다.

볼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혜성처럼 나타나 100m(9초69), 200m(19초30), 400m 계주(당시 37초10) 세계 신기록을 싹 다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독식했다. 그 동안 육상강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의 스프린터들은 볼트의 등장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듬해 볼트는 독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는 9초58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다시 한번 세계를 경악시켰다.
 

2년 뒤 제 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는 실격 처리되며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200m와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후에도 볼트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2 런던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에서 3개의 금메달을 이뤄냈고, 2013년 제 14회 모스크바, 2015년 제 15회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시 3개 종목(100m, 200m,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의 활약도 계속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볼트는 100m, 200m, 400m 계주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400m 계주에서 동료선수의 금지약물 적발로 금메달을 반납하면서 올림픽 3종목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만 했다.

볼트는 지난 4월 절친한 친구이자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저메인 메이슨(영국)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이로 인해 한동안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볼트가 30대에 접어들면서 나이와 훈련 부족 등으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볼트는 대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 걱정은 언론만 한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100m 및 2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각각 11개, 8개의 금메달을 수집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육상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볼트는 비록 자신의 마지막 은퇴 무대인 100m 종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지만 3위에 입상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볼트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비록 우승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경기 후 자메이카 국기를 몸에 두르고 특유의 '번개 세레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을 차지한 게이틀린도 볼트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황제의 마지막 레이스에 존경심을 전했다. 

한편 볼트는 이 대회서 자신의 주 종목인 200m에 출전하지 않고 400m 계주 경기만 나선다. 볼트는 오는 13일 자메이카 동료들과 함께 400m 계주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