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중훈련 신중한 국방부, 北 자극할까 명칭 언급도 자제

작년처럼 유예 내지 변형된 형태 가능 北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 좌시 안해”

2019-11-07     이교엽 기자

국방부가 매년 12월 열어온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와 관련해 신중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 훈련방식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내용을 정확히 보셔야 한다.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훈련 명칭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의 훈련에 대해서는 이미 계획된, 조정된 형태로 진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정된 형태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실제로 실시하느냐는 질문에 “한미 연합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별로 세부시행 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정해서 시행하고 있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이처럼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훈련 명칭을 쓰지 않고 훈련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북미 협상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는 현 상황에서 굳이 북한을 자극해 협상에 지장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북한이 이 훈련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점을 가까이하고 있으며 우리는 결코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 역시 무조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분노에 기반해 훈련 규모를 조정하거나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훈련 실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골드파인 미 공군참모총장은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공군협회 조찬간담회에서 “미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지속을 강조하지만 종종 외교적인 영역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결정일 때가 있다”며 훈련 유예 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미 양국이 연합공중훈련을 유예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한 직후인 2017년 12월, 한미 양국은 미 전략자산인 F-22 랩터와 F-35까지 투입하며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했지만 지난해는 훈련을 유예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훈련이 유예됐다.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유예돼도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소규모 대대급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국군 단독 훈련은 지속된다. 

그간 한미 양국 공군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대대급 이하 소규모 공군훈련은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기간에도 이뤄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