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에…손 놓은 세종 관가

정부조직 개편설에 설왕설래 무성

2017-02-14     박경순 기자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야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최근 세종 관가는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두달째 권한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쪼개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으로 황교안 총리 대행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는 열심히 일한들 빛을 보기 힘든 만큼 “아이디어 발표는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사실상 파장 분위기가 역력해 현재의 혼란 상황이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더미래연구소’는 지난달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거대 공룡조직이 된 기획재정부는 쪼개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할하는 안이 제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체와 재구성, 교육부 폐지 후 국가교육위원회로 신설 등도 함께 주장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한다 해도 이 안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은 가뜩이나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는 공직사회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벌써부터 각 부처마다 혹은 부처안에서 조직개편을 두고 지키려는 쪽과 개편하려는 쪽의 논리 개발과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 기재부, 기획예산처-재정금융부 분리설 = 우선적으로 타깃이 된 부처는 ‘거대공룡조직’이라 칭해진 점을 봐서 알 수 있듯이 기재부다. 기재부는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예산권까지 쥐고 있는 기재부에 과도한 권한이 쏠린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미래연구소가 제시한 개편 방안은 두 가지다. 예산·조세·국고 등을 합쳐 국가재정부,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결합해 금융부로 만드는 1안과 예산과 기획(경제전략, 공공기관 관리)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로, 세제와 금융 등 나머지 부문을 묶어 재정금융부를 신설하는 2안이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있는 만큼 2안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조직개편설에 각 실국별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특히 예산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획예산처로의 독립을 반기는 모양새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예산은 아직까지도 기획예산처 출신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분리가 어려울 게 없다”며 “인사 적체 해소 측면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권을 빼앗기게 된 부총리와 정책 담당 실국은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1차관 산하 실국의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과 예산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 재정건전성을 중요시하는 예산당국과 손발이 안 맞으면 시기를 놓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 산업부, 에너지·통상 기능 분리 필요성 제기 = 산업과 통상, 에너지 분야가 모인 산업통상자원부에도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미래연구소는 기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적극적 산업정책 기능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산업통상부와 에너지부로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시각은 정부 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 한 경제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산업부의 전신)와 통합되면서 산업부는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커졌다”며 “변화하는 산업현장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하는 에너지 기능은 분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통상 조직을 분리해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