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내몰리는 자영업자…"장사 안되는데 대출금리 껑충"
6대 주요은행 개인사업자대출 평균 금리 4.10→4.32%로 '껑충'
부천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김모(35·남)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14년 영업을 시작한 뒤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려왔지만 최근 인근에 새로 생겨난 경쟁사에 비해 인테리어가 노후화해 손님이 조금씩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시설 및 인테리어 보수자금 2000만원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통해 구할 생각으로 평소 거래하던 은행을 방문했다. 그러나 상담 후 걱정은 더 커졌다. 이미 빚을 지고 있던 김씨의 신용등급은 중저등급 이하로 떨어져 있었고 최근 개인사업자대출 금리마저 빠르게 오르며 적어도 6~7%에 달하는 이자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 상태로 가게를 운영하자니 손님이 줄고 빚을 내 인테리어를 새로 하자니 대출 금리가 부담된다"며 "요즘과 같은 불경기엔 대출을 받은 뒤 두세 달만 적자를 봐도 가게가 휘청거리는데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경기 불황에 시름하던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6일 6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보증서담보대출·물적담보대출·신용대출·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10월 중 4.10%에서 지난 1월 4.32%로 3개월새 0.22%포인트나 올랐다.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금리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중 4.82%였던 신용한도대출의 평균금리는 지난달 5.10%로 0.28%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1월 기준 6.39%다.
이어 국민은행(5.21%), 신한은행(5.14%), 하나은행(4.66%), 농협은행(4.65%), 우리은행(4,54%) 순이다.
부실 가능성이 적은 보증서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보증서담보대출이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신용보증서를 발급해주는 대출로 개인사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은행은 돈을 떼일 우려가 거의 없다.
지난해 10월 6대 은행 평균 3.38%였던 보증서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3.62%로 0.24%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안전성과 관계없이 은행들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더욱 깐깐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밖에 같은 기간 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28%에서 3.47%, 신용대출 금리는 4.94%에서 5.12%로 각각 0.19%포인트, 0.18%포인트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금리를 낮춘 상품들을 많이 출시했었다"며 "기존 상품들이 모두 팔리고 대출 금리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최금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우리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에 발맞춰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현재 자영업자 대출의 정확한 통계를 위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대출 정교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통해 상당 부분 조절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부실 가능성이 더욱 높은 자영업자 대출은 아직 명확한 규제 방안이 없기 때문에 각 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 인상이 자칫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대출금리(중소기업 이자율 기준)가 0.1%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자가 1년 뒤 폐업할 위험성은 최대 10% 늘어난다"며 "폐업 위험은 음식·숙박업 10.6%, 수리·기타 서비스업 7.5%, 도·소매업 7% 순으로 증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