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모바일웹 UPDATED. 2024-05-16 17:30 (목)
어버이날은 제3의 명절…통합 안 되나
상태바
어버이날은 제3의 명절…통합 안 되나
  • 박경순 기자
  • 승인 2018.05.0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신 세 번 챙기는 기분…공휴일 지정도 스트레스”
▲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내 화훼상가에서 상인들이 선물용 카네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부모님들 생신을 한 해에 세 번 챙기는 기분이에요.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했을 때도 스트레스만 커졌죠”

직장인 김모(36)씨는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일찍부터 아내와 가계부를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올 초에 양가 부모님 생신을 챙긴 것부터 벌써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다. 김씨는 “숙제가 세 번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아이를 낳은 최모(32)씨도 어버이날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어린이날까지 더해져 연휴가 길어지면서 시댁에서 내려와 자고 가라고 독촉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음식을 하는 단계만 없을 뿐 이제는 5월에도 한번 더 명절을 겪는 것 같다”며 “차라리 어린이날 등과 통합해서 ‘가족의 날’이 생기면 가족이 다 같이 안부라도 나누는 날로 인식하겠는데, ‘어버이’라고 하니 원하시는 걸 해드려야 할 것 같아 압박이 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담으로 인해 어버이날을 환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결혼 이후 아이를 가진 지 얼마 안 된 젊은 부부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물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양가 부모님을 ‘챙겨드려야 하는’ 날인데다 어린이날 직후여서 경제적 스트레스가 더욱 크다. 

최근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환영을 받지 못한 데는 이런 이유들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모든 어른들을 모두의 어머니, 아버지라 생각하고 효도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을 게시한 시민은 “(자녀들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이 크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어르신도, 자식도 많다”고 주장했다.

올해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인사혁신처 심의 기간 등이 걸려 보류돼 내년으로 안건이 넘어갔지만, 내년이라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한 부부 뿐 아니라 취업난 속에서 현실에 허덕이는 20대들도 비슷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늦은 나이에 고시를 준비 중인 무직 한모(28)씨는 “매년 어버이날이 돌아올 때마다 내가 불효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 같다”며 “이 나이에 꽃만 드리는 것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부모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심모(25)씨는 “부모님이 내심 갖고 싶으신 게 있을테니 구체적인 선물보다는 현금을 드리는 문화가 점점 자리잡고 있는데, 결국 그게 물질적 부담을 안게 하는 날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형태가 점점 변해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대가족이 아니고 1인가구가 30%에 육박하고 있는 시대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공감대를 나눠야 한다는 등의 관념이 희석됐고 효의 관점도 바뀌고 있다”며 “(자식들이) 부모에 대한 의무를 따지게 되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차후에도 정부가 어버이날을 인위적으로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린이날을 대체공휴일로 하는 등 가정의 달 의미를 이미 챙기고 있는데, 사회적 장치를 통해 사람들 인식을 바꾸려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제도는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고, 가족에 대한 의미가 개인한테 중요해지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가가 사적인 가족 간의 영역까지 나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보다 기초연금, 개인연금, 노인자살률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고 가족 유대감 보완에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성동구, 성수 준공업지역 지구단위계획(안) 주민열람 실시
  •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용인시 주민자치센터 경연대회 격려
  • 김동연 경기도지사, 엔비디아에 “경기도 AI데이터센터 구축 추진” 협력 제안
  •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무풍 시스템에어컨 인피니트 라인’ 출시
  • 전남교육청 ‘세계 금연의 날’ 캠페인 실시
  • 전남교육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 안전 운영 위해 ‘총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