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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조건부 출마…당 위한 희생인가, 개인 승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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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조건부 출마…당 위한 희생인가, 개인 승부수인가
  • 이교엽 기자
  • 승인 2021.01.0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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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조건부 출마’…대선전 영향
안철수에 先통합 압박과 동시에 출마 명분 확보 포석
▲ 조건부 출마 기자회견 가지는 오세훈 전 시장.	/뉴시스
▲ 조건부 출마 기자회견 가지는 오세훈 전 시장. /뉴시스

보수야권의 잠룡 중 한 명인 오세훈 전 시장이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조건부 출마론’을 던져 야권은 물론 대선정국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오 전 시장의 ‘조건부 출마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先) 입당 혹은 통합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룰만 고집할 경우 본인이 제1야당의 대표주자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으로, 대선에서 서울보선으로 체급을 낮추는 데 대한 출마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안 대표가 국민의힘 테두리 안에서 경선을 치를 경우 보궐선거 출마 대신 야권승리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오 전 시장이 천명한 것은 안 대표에게는 일종의 유인책으로, 국민의힘과 통합에 뜸을 들이는 안 대표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 전 시장의 이 같은 승부수는 당 지도부와는 사전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 내 지배적인 기류를 반영하는 측면도 일정부분 없진 않다.

당 대 당 결선 대신 입당 혹은 합당과 같은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범야권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제1야당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선거정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안 대표가 당 밖에 있는 것보다는 당 안에 있는 것이 선거관리도 훨씬 수월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신환 전 의원도 “오 전 시장의 제안은 그동안 내가 제안해왔던 대통합을 전제로 한 범야권 공동경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는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긍정적이지만 당의 간판을 내걸지 않고 군소정당에 서울시장을 양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다. 국민의힘의 이런 자신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추월하거나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입장문에서 “(안철수 대표의) 입당이나 합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임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한 것도 보궐선거를 국민의힘 중심으로 치르겠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국민의힘 경선규칙 개정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국민의힘 의원 중 80~90%는 안철수 대표에게 무조건 양보 대신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든가, 아니면 내부적으로 적임자를 공천해 반드시 제1야당 간판을 걸고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 전 시장의 빅딜을 놓고 선거정국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그간 원희룡 제주지사나 유승민 전 의원에 비해 공개활동을 자제하거나 상대적으로 ‘SNS 정치’도 활발하게 하지 않고 총선 패배 이후 사실상 잠행을 지속했다. 올 4월 재보궐 선거 이후로는 정치권이 대선정국으로 급변하는 만큼 오 전 시장이 이에 대비해 차츰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만약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더라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여당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보궐선거인 만큼 야권에 유리한 환경이라 과거 서울시장 선거보다는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무상급식 파동으로 민주당에 빼앗겼던 서울시장 자리를 10년 만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탈환하겠다는 출마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마음을 굳힐 경우 오 전 시장으로선 큰 손해 볼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통합을 전제로 보선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한 약속도 ‘대인배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차기 서울시장 지지도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인물 중에선 오 전 시장이 선두권에 있는 만큼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통합에 응할 경우, 보궐선거를 포기하고 지원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도 전략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오 전 시장이 그간 국민의힘 예비후보들과 잇단 접촉을 통해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안 대표가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올 경우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자, 경선 과정에서 안 대표와의 1:1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게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대표가 오 전 시장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오 전 시장으로선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낙선시 대권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야권에선 “오 전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이후로 실패가 누적됐기 때문에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이런 점을 의식해 안 대표에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경선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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