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3 총선 참패 원인을 담은 새누리당 국민 백서가 17일 공개됐다. 패배 원인으로는 계파갈등, 즉 공천갈등과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진정성 부재, 선거 구도 등 7개 키워드가 공개됐다.
눈에 띄는 점은 새누리당 패배 주원인으로 정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먼저 국민은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계파 갈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불통 이미지가 더욱 뚜렷하게 각인됐으며, 이 말로 친박과 비박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고 총선 공천 과정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배신의 정치’로 지목된 유승민 의원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고 당을 떠났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은 청와대가 친박, 비박을 가르고 선거에 깊이 개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새누리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대통령’을 많이 꼽았으며 동시에 ‘친박’에서 분화된 각종 ‘박’ 용어들도 정리됐다. ‘진실한 친박’인 ‘진박’부터 강박(강성 친박), 옹박(친박 옹위 부대), 원박(원조 친박), 맹박(맹종하는 친박), 신박(신친박), 범박(범친박), 죽박(죽을 때까지 친박), 낀박(중간에 낀 친박), 가박(가짜 친박), 수박(수틀린 친박), 복박(돌아온 친박),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잘린 친박), 울박(울고 싶은 친박), 홀박(홀대받는 친박) 등 친박용어사전도 등장했다.
세월호, 메르스,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집권여당 심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국민이 공감하지 못한 대표적 정책 중 하나로 꼽혔다.
백서 속 국민은 국정교과서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객관성이 떨어지는 작업이라고 혹평했다.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공관위가 자의적 기준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사실상 밀실공천으로 국민들이 실망감을 느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 평가에서는 이한구 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동시에 김무성 전 대표의 ‘180석 발언’ 등 오만했던 모습도 참패 주원인으로 파악됐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야당이 더민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면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의 ‘180석 가능’, ‘과반은 확실시’ 발언이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상향식 공천이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180석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한 부분이 국민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이 높다면 선거가 필요없다’, ‘저출산 대책 조선족 수용’,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달러 됐을 것’ 등 김 전 대표의 발언도 담겼다.
김 전 대표가 강조했던 상향식 공천이 현직의원 100% 재공천 결과를 낳으면서 총선 참패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원을 배제한 경선으로 지역 민심을 잃고, 지역 특성에 맞고 객관적 시스템을 갖춘 전략공천이 더 낫다는 주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