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청와대는 정적 속에 빠져든 분위기다.
탄핵이 기각되면 별 변화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인용 쪽 분위기가 큰 탓에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비서진은 침묵 속에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용히 헌재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며 “참모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자기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무거운 마음으로 그저 차분하고 담담하게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공정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각 수석실별로 회의를 가지며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전날 헌재가 10일로 선고 날짜를 확정했다는 소식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박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며 침묵 속에서 탄핵심판을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청와대 주변은 운명의 날을 하루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로 진입하는 도로 주변에는 이날 오전부터 경찰 버스가 속속 도착, 청와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헌재의 선고 직후 혹시 있을지 모를 탄핵 찬반 단체의 진입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91일째 직무정지 중인 박 대통령은 헌재의 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 유지냐 자연인 신분으로의 회귀냐가 판가름난다.
헌재가 탄핵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국정에 복귀하게 된다.
반면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은 파면돼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 검찰 수사를 대비해야 하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경호·경비를 제외하고는 상실하게 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탄핵심판 선고 전에 별도의 메시지는 내놓지 않기로 했다.
어떠한 내용의 메시지라도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10일 헌재의 선고가 내려진 이후에는 박 대통령 또는 청와대 차원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기각 결정이 내려져 즉시 국정에 복귀한다면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다시 한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국론분열이 극심해진 만큼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용 결정이 나온다면 청와대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안보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편, 60일 내에 치러지는 대선 관리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경호동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삼성동 대신 경기도 지역으로 사저를 옮길 계획이라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퇴임 후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경호시설은 나름의 방안을 강구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실은 삼성동 사저 주변에 임시 경호동을 마련하거나 사저 내부 공간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0월에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사저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퇴임 후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