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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 따뜻한 마음을 보훈가족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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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 따뜻한 마음을 보훈가족들에게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7.06.1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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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북부보훈지청 심귀득 보상과장

지난 6월 6일 현충일.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가기 위해 첫차에 몸을 실었다. 지난 37년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던 현충일 행사 참석이다. 비단 나뿐 아니라 보훈공무원이라면 누구도 현충일에 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라 승객이 많지 않았다. 한가한 차 안.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않은 사람들처럼 내가 앞으로 보훈공무원으로 일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탓인지 지금까지 37번 동안 참석해 왔던 현충일 행사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보훈공무원이 되면서 처음으로 참석했던 현충일. 행사장 한쪽 구역을 차지하고 앉은 소복 입은 전몰군경 미망인들은 행사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미망인들의 모습은 그 해도 그 다음해에도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그 기억 탓인지 이후 나는 현충일만 되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버릇이 생겼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현충일 행사를 찾던 유가족들의 모습도 함께 늙어갔다. 그리고 나도 나이를 먹어갔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아픔은 세월이 흐르면 마음속에 딱지가 앉을 뿐 치유되지 않는다. 그런 유가족들의 모습이 나는 내내 안쓰러웠다. 

80년대 중반 내가 근무하는 보훈청을 자주 찾으시던 50대 후반의 미망인 계셨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음이 많았던 분으로 기억한다. 그분은 언제든 보훈청을 방문할 때는 하얀 소복을 입고 오셨다. 그 다소곳한 소복 탓에 그분은 우리 보훈공무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서로 낯이 익었을 즈음 나는 그분께 조심스레 물었다. 이제는 휴전된지도 오래되었는데 왜 오실 때 마다 소복을 입으시느냐고, 불편하지 않으시냐고 말이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보훈청이 큰집입니다. 미망인으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일부러 소복을 입고 오지요”

어린 나이에 중매로 혼인한 그 분은 전사한 신랑의 얼굴도 잘 모른다고 하셨다. 슬하에 아들이 한명 있지만 어릴때는 당시보다도 더 수줍음이 많아 감히 남편 얼굴도 한번 바로 쳐다보지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듬직하고 정 많은 남편은 그분께는 참 멋진 분이셨단다. 하지만 남편은 어린 자식과 아내를 남겨둔 체 전장으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셨다. 남편을 잃은 미망인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른체 시부모님 봉양과 농사일에만 매진했다. 하루 종일 들에서 햇볕에 그을렸지만 어딘가 모를 슬픔과 순진함이 뭍어나던 그분의 얼굴이 30년도 넘게 지난 올해 현충일 아침에 떠오른 건 왜였을까? 

새 정부 들어 처음 맞는 현충일. 국가보훈처는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 하나 되는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대통령은 6․25참전유공자 등 다섯분에게 대통령명의 국가유공자증서를 수여하며 국가유공자에게는 명예를, 유족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줬다.

이 땅에 전쟁의 포화가 멈춘 지 64년이 됐고 2014년부터 정부가 나서 등록하지 않은 참전군인을 발굴하여 등록하고 있지만 아직도 확인이 되지 않는 참전군인이 7만여명이나 되며, 전상의 아픔으로 투병중인 상이용사는 물론 사랑하는 남편, 부모를 조국의 재단에 바치고 쓸쓸히 살아가는 유족들 역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지 못한 참전용사를 마지막 한분까지 찾아 국립묘지로 모셔드리는 일, 즉 국가유공자분들의 명예를 찾아 드리는 것이 우리 보훈공무원의 소임이자 국가보훈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풍요로운 삶에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진행하는 다채로운 행사 등을 통해 국민 모두가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준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내 주변의 6․25참전공자 등 보훈가족에게 관심과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 할 것이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보내고 험한 세상을 살아온 어느 여인과 이 땅의 많은 보훈가족분들에게 따뜻한 6월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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