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긴급체포된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간 국정원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MB국정원’ 여론조작 활동의 핵심으로 알려진 그는 박근혜정부 시절 정치공작 관련 ‘비선보고’, 동향수집을 이끌기도 했다.
국정원은 전날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 권고에 따라 조만간 검찰에 추 전 국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 정황을 2년 전 포착했음에도 정식 보고 등을 하기는커녕 은폐에 나섰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개혁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이 국장으로 부임한 2014년 8월 이후 최순실씨, 미르재단 등과 관련돼 작성된 국정원 첩보는 총 170건이다.
첩보 주요 내용은 ‘청와대 비선 논란 관련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진짜 실세는 정윤회의 전처(前妻) 최순실이라는 說(설) 확산’(2014년 12월), ‘전경련·재계는 미르재단에 이어 K-스포츠에 300억 출연 관련, 계속되는 공익재단 출범 자금을 기업에 요구하다 보니 불만 여론이 상당’(2016년 1월) 등으로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들과 거의 동일하다.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추가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 등에 보고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첩보 중 ‘검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병우 수석이 최순실·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하게 됐다는 소문이 있음(2016년 9월)’도 포함돼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개혁위는 조사결과에서 추 전 국장이 2016년 7월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친교 인물 등에 대한 동향수집을 부하직원에게 지시해 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2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때는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 전 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지난 정권의 국정원, 국정농단 의혹 수사에 있어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8월 작성한 ‘우리은행장 동향 보고서’도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여기에 그는 201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에 대한 부정적 내용 위주의 세평 보고를 지시했는데, 이 중 6명이 우 전 수석 직권남용 혐의(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인사조치 요구)에 적시된 이들과 동일했다.
개혁위 조사대로라면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의 ‘오른팔’과도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추 전 국장이 팀장급이었던 이명박정권 시절엔 문화·연예인 블랙리스트,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활동 등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혁위는 지난달 11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이 2013년 5월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장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등의 문건을 작성하고 관련 심리전 활동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추 전 국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