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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의‘21세기판 노예제’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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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의‘21세기판 노예제’는 없어야
  • 정종암기자
  • 승인 2014.10.16 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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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공정사회실천국민연합 대표>

보도에 따르면 “이 할머니의 심한 질타와 분리수거 상태를 이유로 한 폭언은 물론, 음식물도 아파트 5층에서 ‘어이, 경비 이거 먹어!’하며 던지기도 했다”고 해당 아파트의 동 노동자이자 노동조합 대표인 분회장은 전했다. 그는 “다른 경비원도 그 입주민 할머니만 보이면 가슴이 두근거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신 경비원이 중태에 빠졌음에도 입주민 중 어느 누구도 병문안이나 위로도 없다는 게 슬프지 아니한가. 인간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이승을 떠나 신 앞에 가면 평등한데, 인간으로서의 원초적인 휴머니즘조차 없어 타락한 사회의 한 단면이 씁쓸하다. 보통사람이 그 할머니였다면 “경비원 아들(아저씨), 수고가 많소. 맛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것 좀 드시고(먹고) 일 하시게(하게)!”라고 했겠다. 슬프다. 이래서야 되겠냐. 며칠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 입주민의 모욕에 50대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거센 논란이다. 이에 3도 화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경비원 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74세인 입주민 할머니가 매사 아들 같은 53세의 경비원에게 질타였겠다.

이러한 21세기판 대한민국의 노예제가 치를 떨게 한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신분제의 최하층인 노예는 세계 곳곳에 존재했었다. 노예는 인류가 수렵, 채집 생활을 거쳐 한곳에 정착해 농경생활을 시작할 무렵 등장한다. 노동력의 필요에 따라 포획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전쟁 포로, 채무 등으로 인한 매매, 범죄자에 대한 징벌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도 당연히 노예가 되었고, 16세기에는 신대륙 발견으로 더욱 가혹한 노예제가 실시되었다. 유럽인들은 신대륙에 정착하여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경영하면서 아프리카 흑인 노예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계몽주의와 인도주의 사상이 팽배해지면서 노예제는 강력한 비판을 받는다. 이에 19세기 초부터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노예가 해방되고,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미국과 브라질의 노예해방을 통해 근대사회의 노예제는 종막을 고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머슴이라도 숙식까지 제공했건만, 비정규직 800만 명 시대인 21세기 한국판 고령자인 경비원들은 고용불안에 따른 인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들은 본래의 경비업무를 넘어 청소, 택배보관, 주차관리, 고지서 배부, 동절기 얼음이나 눈 치우기 등 잡일을 도맡은 감정노동자들로 법의 사각지대에서도 신음한다.

어느 젊은 여자가 “재활용을 분리하다가 잘못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은 경비원이 발견하면 분리하면 되는 것을 주민들에게 불쾌한 태도를 보이는지 배워먹지 못한 인간처럼 왜들 저러는지. 정말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경비원이 대부분이다”고 SNS에 투고하자 네티즌들은 “당신의 아버지도 은퇴하면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훗날 당신의 남편도 그럴 수 있다”고 설전을 벌인다. 또한 감독 스티브 맥퀸의 영화 <노예12년>에서도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노예의 삶을 그려 천부적 인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은 제16대 대통령 링컨의 생애 중 가장 강렬했던 마지막 4개월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영화 <링컨>에서 분열된 연방을 하나로 통일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예제도 폐지의 위업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개봉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 영화에서 보면 링컨이 젊은 시절 자신과 같은 인간인 흑인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나무배로 이동하는 모습에 노예폐지를 결심한 나머지 1861년에 수정헌법 제13조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미국 연방정부가 연방을 탈퇴한 남부 주들의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남북전쟁 기간 중에 통과시킨 일련의 법률이다. 이 법은 연방이 반도들의 재산을 압류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남부 연합군을 도왔거나 이들의 편에 섰던 모든 노예는 그들의 주인에 대해 더 이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링컨은 어린 시절 “우리 생명이 중요한 것만큼 개미에게도 생명이 중요하다”고 했다.

보라. 부가 가득한 노욕들이시여! 긍휼의 미학으로 시대를 잘못 만난 젊은 가난뱅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어떠리까. 잠깐 이승에 왔음도 동지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저승에 가는 것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함께 떠나는 동지요. 그대도 가고, 그대 자식 같은 젊은 경비원도 가고, 필자인 나도 이승을 등지고 가야만 하는 삶 앞에 동지애로서 함께하는 삶의 향유가 인생의 참맛일 것이다. 각자의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사랑에 찬 눈물 없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시사평론가. 공정사회실천국민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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